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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편지지★/가슴에 새겨지다(영화리뷰)

보헤미안 랩소디 :갈릴레오! 갈릴레오! 그런데 갈릴레오는 누구야?


갈릴레오! 갈릴레오! 그런데 갈릴레오가 누구야?



보헤미안 랩소디 


2018.10.31. 개봉 134

장르 : 드라마

감독 : 브라이언 싱어

출연 : 라미 말렉(프레디 머큐리 역), 루시 보인턴(메리 오스틴 역), 

귈림 리(브라이언 메이 역), 벤 하디(로저 테일러 역), 조셉 마젤로(존 디콘 역), 

에이단 길렌(존 리드 역), 엘렌 리치(폴 프렌터 역), 톰 홀랜더(짐 비치 역)


Daum 공식 줄거리


“나는 스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전설이 될 것이다”

공항에서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이민자 출신의 아웃사이더 ‘파록버사라’
보컬을 구하던 로컬 밴드에 들어가게 되면서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으로 밴드 ‘퀸’을 이끌게 된다.

시대를 앞서가는 독창적인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중들을 사로잡으며 성장하던 ‘퀸’은 라디오와 방송에서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음반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려 6분 동안 이어지는 실험적인 곡 ‘보헤미안 랩소디’로 대성공을 거두며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다.

그러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던 ‘프레디 머큐리’는 솔로 데뷔라는 유혹에 흔들리게 되고 결국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멤버들과 결별을 선언하게 되는데…

세상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에서 전설의 록밴드 ‘퀸’ 되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퀸과 프레디 머큐리, 프레디 머큐리와 퀸



프레디 머큐리의 본명은 '파로크 불사라'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영국인이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는 인도 국적을 가진, 8세기에 무슬림들에게 쫓겨 인도로 망명한 페르시아인 조로아스터교 교도의 후손이었다. 따라서 영화 시작 시에 공항에서 짐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던 그에게 사람들은 '파키스탄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런 자신의 근본이 싫어 그는 이름을 '프레디 머큐리'로 바꾸어 버린다. 그렇게 '파로크 불사라'라는 페르시아계 조로아스터교 교도의 후손은 '프레디 머큐리'가 되어 전설적인 퀸의 메인보컬로서 '전설'이 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와 퀸의 만남을 아주 간결하게 압축하여 보여준다. 평소 관심이 있던 락밴드에게 프레디는 자신이 지었다는 노래를 전해준다. 그런데 5분 늦었다고 말하며, 보컬이 떠났다고 한다. 오히려 그 말에 프레디는 웃어보이더니 자신은 어떠냐고 묻는다.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그들에게 노래를 들려준다. 노래를 들은 두 멤버는 곧바로 그를 영입하고, 또 하나의 빈자리인 베이스도 영입한다. 그렇게 지금의 퀸의 멤버가 된 그들은 오직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부르기 시작한다.


퀸은 정말로 전설적인 밴드다. '퀸'의 세대가 아닐지언정 그들의 노래를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퀸을 그런 존재로 만든 가장 큰 장본인은 아마 프레디일 것이다. 대부분 프레디가 만든 음악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그의 독특한 패션과 외모, 그리고 안무와 트레이드마크가 퀸을 퀸으로 만들었다. 그가 없었다면 퀸은 절대로 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프레디 역시 퀸의 다른 멤버들이 있었기에 프레디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프레디는 한 번 퀸의 다른 멤버들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자신이 있을 자리는 바로 '퀸'이었기 때문이다. 퀸의 네 명의 멤버 중 한 사람이라도 달랐다면, 혹은 중간에 교체가 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명성의 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퀸의 상징은 프레디 머큐리이지만 프레디 머큐리는 퀸을 떠나서는 프레디 머큐리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프레디 머큐리>가 아니라 퀸의 노래 중 하나의 제목인 <보헤미안 랩소디>이면서도,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소개하면서도, 실제로는 오직 '프레디 머큐리'에게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보헤미안 랩소디>, 퀸 정체성 그 자체





영화 상에서 다른 곡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간단하게 보여주는 것에 비해 유독 <보헤미안 랩소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직 완벽한 노래가 되기 이전, 프레디에게 <보헤미안 랩소디>의 유명한 도입부 피아노 멜로디가 있었음을, 그리고 영화 제작사에게 당당하게 '오페라'같은 노래, 어느 장르에도 들어갈 수 없는 오직 퀸 만의 노래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헤미안 랩소디>를 만들기 위해 어느 펜션에 갇혀 지내는 모습을, 드럼에 로저가 '갈릴레오' 파트를 끊임없이 반복하여 녹음하는 장면까지 상세하게 보여준다.


퀸 멤버 모두의 노력으로 드디어 오직 퀸 만의 노래인 <보헤미안 랩소디>가 완성된다. 네 명의 퀸 멤버는 모두 자랑스러워하며 대견해하며 기쁨에 취해 있다. 어쩌면 놀라워했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에게서 이런 명곡, 대곡이 나오다니. 그러면서도 역시 자신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세상의 평가는 혹독했다. 6분이라는 긴 시간이라는 것과 어느 장르라고 할 수 없는 음악에, 난데없는 오페라라니. 아마 그들의 천재성이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너무도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여전히 자랑스러워했음에 틀림없다. 단순히 이러한 대곡을 이해하지 못하는 멍청이들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재평가된 <보헤미안 랩소디>는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대작, 명작이 되었다. 필자는 그 이유를 <보헤미안 랩소디>야말로 퀸 정체성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퀸은 단순히 '락밴드'라고 부를 수 없다. 그들이 추구하던 '로큰롤 밴드'라고 하기에도 역시 부족하다. 퀸은 퀸이다. 어느 것으로도 분류를 해낼 수 없다. 또한 <보헤미안 랩소디>를 녹음하던 로저는 프레디에게 '갈릴레오가 대체 누구야?'라고 묻는다. 하지만 곡을 만든 프레디는 아무런 대답을 해 주지 않는다. 아무 대답을 해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곡을 만든 장본인인 자신도 갈릴레오가 누군지 모른다. 그저 그렇게 음악이 자신의 몸 속에서 나왔다. 갈릴레오가 나오고, 피가로가 나왔다. 필자는 갈릴레오가 당사자들조차 의식하지 못한, 주체하지 못한, 그들의 천재성과 발전성, 추진성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 자신 조차 누군지 모르던 '갈릴레오'가 자신의 몸 속에 있었고, 어둠 속에서 버티지 못하고 그 '갈릴레오'가 세상 밖으로 튀어 나와버린 것이다.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가 갈릴레오다. 밴드 '퀸'이 갈릴레오다. 멤버 한 명 한 명이 갈릴레오다. 그들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만들고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밴드의 이야기와 노래를 다룬 음악적 영화가 아닌,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룬 휴먼 드라마적 영화!



영화는 프레디 머큐리가 퀸의 멤버들을 만나고, 퀸이 만들어지고 점차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에 유명세를 떨치게 되고, 잠깐 권태기를 맞이하고 다시 복귀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한 과정을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의 시점에서 다루고 있다. 따라서 관점을 달리 보자면 한 인간이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꿈을 이루고, 위기를 맞아 방황을 하다 다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로 풀이해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필자는 이 영화를 퀸 밴드의 이야기가 아니라 프레디 머큐리란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휴먼 드라마 영화라고 생각한다.


청년 시절 프레디는 우연히 아름다운 여성 메리와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뒤 프레디는 퀸과 메리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최고의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조금씩 눈치를 채게 되고 그 사실을 메리에게 고백한다. 메리는 완전히 그를 떠나지는 않았지만 그에게만 갇혀있던 예전의 삶에서 나와 자신의 삶을 찾게 된다. 프레디는 그런 메리를 인정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 인정할 수 없다. 메리가 떠났다는 서운함과 하늘로 치솟는 프레디 머큐리의 명성이 한 데 뒤섞이면서 그는 깊은 방황을 시작한다. 자신을 생각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 자신에게서 이득만을 챙기려고 하는, 달콤하게 들리는 이들의 말만 듣게 된 것이다. 그러다 프레디가 영원히 사랑했던 메리의 도움으로 겨우 가족들의 품, 퀸의 메인보컬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이제 모든 것이 해결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에이즈라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프레디는 자신의 상태를 오직 '가족'들에게만 알리고 에이드라이브 무대를 통해 무너저 가던 퀸의 명성을 다시 한 번 끌어 올린다. 아니, 그건 단순히 퀸의 명성을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라이브에이드는 아프리카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자선 공연으로 출연진들 모두 무료로 출연하여 공연을 한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부르짓던 삶의 가치인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실'을 실천한 것이었다.


프레디의 삶을 살펴보면 그가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인정하기 전과 인정한 후의 삶으로 나뉠 수 있다. 조로아스터교 후손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알게모르게 조로아스터교의 사상이 몸 속에 녹아져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양성애자라니.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인정했고, 그가 죽을 때까지 함께 했던 연인 짐 비치를 만났다. 물론 그 이전부터 죽을 때까지 함께 했던 메리도 있었다. 그는 두 사람 모두 똑같이 사랑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그의 삶을 상징하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제목을 퀸의 노래 중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따왔다고 생각한다.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는 엄마에게 자신이 한 사람을 죽였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른 이들은 그 말을 프레디가 자살을 생각하고 썼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필자는 '평범한 이성애자였던 프레디 머큐리를 죽이는 양성애자임을 인정한 프레디 머큐리'가 부르는 노래라고 해석한다.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는 완벽하게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노래한 노래이다.


결국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마치 밴드 퀸의 음악적인 영화처럼 비추어졌지만, 실은 '프레디 머큐리' 혹은 '파로크 불사라'의 인생을 다룬 휴먼 드라마였다. 그의 인생에서 음악을 빼놓을 수 없듯이, 그의 삶을 다루는데 음악적 요소를 빠뜨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음악'만을 다루고 끝난 것이 아니라 스토리와 인간적인 관계성들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한 인간의 삶이 개개의 노래들의 연결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여담으로......



퀸이 관객들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계기가 한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불러 준 것이었다. 그 일을 겪은 이후 퀸은 관객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에오~ 라든지 쿵쿵짝- 쿵쿵짝-이라든지 말이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좀 더 일찍 알았다면, 그들이 변화된 계기가 '한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떼창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혹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서, 아주 잠깐 그러한 생각을 했다.


아래는 퀸의 라이브에이드(LIVE AID) 무대 영상이다. 라이브에이드 무대는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한 무대이다. 실제 무대를 보면 영화 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모두 똑같이 재현해 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