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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편지지★/아련한 추억처럼(애니리뷰)

[애니 슬로리딩] 일주일간 프렌드(일주일간 친구)


‘나의 친구가 되어 주세요.’ 일주일만 지속되는 너와 나의 우정 이야기



일주일간 프렌드


원작 작가 : 하즈키 맛차

장르 : 학원물, 일상, 로맨스

애니 제작 : 브레인즈 베이스

방영 : 2014년 4월

총 12화


*아래의 글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줄거리 - 일주일만 지속되는 너와 나의 우정 이야기


하세 유우키는 다른 친구들과 관련되려 하지 않고 혼자 있으려고만 하는 같은 반 후지미야 카오리와 친구가 되고 싶어 말을 건다. “나와 친구가 되어 주세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기쁘지만 미안해.”였다. 기쁜데 왜 거절을 하는 거지? 용기를 내어 그녀가 있는 옥상으로 찾아가고, 그들은 천천히 친구가 된다. 그러다 금요일날 밝혀지는 충격적인 이야기. “나는 일주일이 되면 기억이 리셋되어 버려. 친구 한정으로.” 그러면서 그와 친구가 되는 것을 다시 거부하려 한다. 인정할 수 없어 월요일 날 그가 다시 그녀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말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일주일마다 친구와의 기억이 리셋되는 한 소녀와 그것을 극복하고 친구가 되려고 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등장인물 -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


 하세 유우키


이 이야기의 주인공. 후지미야와 처음부터 끝까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순수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단순하지만 은근히 행동력도 있다. 다만 결정력이 부족해 항상 친구인 쇼고의 힘을 빌어 겨우 하는 정도이다. 후지미야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녀와 친구가 되기 위한 각종 고난을 인내와 배려로 극복해 낸다. 일주일마다 기억이 리셋되는 후지미야를 위해 매 월요일마다 그녀에게 “나의 친구가 되어 주세요.”란 말을 반복한다.


 후지미야 카오리


어린 시절 사고와 트라우마로 인해 일주일마다 친구와의 기억에 한정하여 리셋된다. 따라서 친구를 만들려 하지 않았으나 하세 유우키의 노력으로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된다. 평소 시크하고 건방지게 사람을 대해 왔으나 실상은 굉장히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조금씩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되지만 하세를 가장 특별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정과 연정 사이에 위치한 하세와 달리 후지미야는 순수하게 그를 ‘친구’로 생각한다. 그 때문에 하세에게 의도치 않은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키류 쇼고


하세의 친구. 하세와 달리 항상 무기력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지내며 수업 시간에는 언제나 잔다. 그럼에도 성적이 꽤나 좋으며 여자 아이들에게 은근히 인기도 좋다. 머리에 떠오르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으나 결국은 다 챙겨주는 오지랖 넓은 타입이다. 한 마디로 츤데레다. 이야기 후반에 이르러 야마기시를 종종 챙겨주며 썸(?)을 탄다.


 야마기시 사키


후지미야 카오리의 어른스러움에 이끌려 친구가 되려고 한다. 키류 쇼고와 같은 초등학교에 나왔다. 건망증이 심하고 어리바리하다. 그런 면 때문에 초등학교 때는 자주 괴롭힘을 당한 듯 하다.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심한데, 그것은 어차피 혼자서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며, 이런 사고가 머리에 박히게 된 계기는 키류였다. 어쨌든 지금은 타인에게 의존하기는 하지만 느긋한 낙천가 스타일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이야기 후반에 이르러 키류 쇼고를 무척이나 많이 의식하게 된다.


 쿠죠 하지메


2학기에 전학을 오는 전학생. 후지미야와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으며, 그녀가 일주일마다 기억이 리셋되게 된 것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다. 다시 돌아와 우연히 만난 후지미야를 보고 ‘배신자’라고 말한다. 그 말에 후지미야는 쓰러지고, 다시 기억을 잃게 된다. 이후 후지미야의 상태와 그 것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조금 소극적이 된다. 하세와 상당히 비슷한 듯 하면서도 적극적인 면이 하세와 다르다. 후지미야에게 ‘배신자’라고 했지만 여전히 그녀를 좋아하는 듯 하다.



판타지적 요소를 잔잔한 일상에 잘 녹여내다


<일주일간 프렌드>는 기본적으로 잔잔하다. 치유물에 가깝다. ‘일주일마다 기억이 리셋된다. 그것도 친구 한정으로.’란 어이없는 요소를 다루는 그런 이야기가 그럴 수 있다는 건 아이러니컬하다. 그럼에도 1화를 보게 되면 12화까지 멈출 수 없다. 그만큼 이야기가 의외로 탄탄하고 설득력이 있다. 그럴 수 있는 것은 판타적인 요소를 잔잔한 일상에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옥상’이라는 배경처럼 말이다.


이 애니에서 옥상은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고 소중한 공간이다. 하세와 후지미야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공간도 옥상이며, 두 사람만의 추억을 만들고 쌓아가는 공간도 옥상이다. 그런데 옥상은 분명 있으나 평소에는 잘 접하지 못하는 공간이다. 학교 옥상처럼 평소에 잠가두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이야기는 그런 공간을 기조로 이어간다. 즉, 분명 일상에 존재하고 어디에도 있는 흔한 공간이지만, 잘 접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일종의 ‘판타지’를 갖게 된다. 이 이야기는 반대로 판타적인 것을 일상으로 녹여내었다.


따라서 ‘기억이 리셋된다’라는 판타지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이야기를 ‘판타지’가 아니라 ‘일상물’로 분류하게 된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다만, 일반적이지 않은 후지미야의 상황에 의해 다소 ‘독특’하고 ‘특별’하게 느껴지게 될 뿐이다. 



또한 후지미야 캐릭터 설정에 있어 설득력과 개연성을 만들어 준 것은 ‘일기’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잊는다’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후지미야는 점차 변한다. 하세와의 일 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의 일도 모두 기억을 하는 것 같다. 그건 모두 하세가 그녀에게 제안한 ‘일기’ 덕분이었다. 월요일 아침마다 그녀는 일기를 읽는다. 일기에는 ‘하세군은 설탕이 18g 들어간 달걀말이를 좋아한다.’ ‘하세군은 문어소시지를 다리부터 먹는다.’ 같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기록되어 있는 듯 하다. 후지미야는 이 일기를 읽으며 과거의 기억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는 의문 하나. ‘기억하는 것’과 일기를 통해 ‘알게된 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여기에서 하나의 개연성을 더 남긴다. 그것은 바로 ‘구체적인 기억은 사라지지만 감정은 남는다’는 것이다. 월요일마다 일기를 읽는다. 일기를 통해 그 때의 감정을 되새기게 된다. 어떤 이는 허무맹랑한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게 뭐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나 또한 이미 잊었던 기억을 일기나 어떤 기록을 통해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잊혀진 기억은 도통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감정은 남아 감정만은 또렷하게 떠올릴 때가 많다. ‘감정’은 ‘기억’에 앞선다. 그것만큼은 분명하다. 


그건 이야기 속에서 18이란 숫자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세를 위해 여러 종류의 달걀말이를 만들었다. 하세는 설탕이 18g 들어간 달걀말이를 가장 좋아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기억이 잃었으나, 후지미야는 문제풀이에서 18이라는 숫자를 이끌어 내었을 때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아마 그 감정은 친구인 하세와의 추억이 어렴풋이라도 떠오른 것에 대한 환희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소중한 추억을 잃고 있었다는 것의 슬픔이었을지도 모른다. 이것을 계기로 후지미야는 모든 18이란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감정’을 통해 기억을 잃지만 그럼에도 후지미야는 점차 하세를 특별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와의 기억을 잃는 것이 원통할 만큼 슬프다. 하지만 역시나 어김없이 월요일이 되면 그와의 기억을 잃는다. 그럼에도 감정은 남는다. 그가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더라도 하세가 하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후지미야의 사소한 변화에 감동하고 안도한다.



친구, 우정, 관계 그리고 사랑


고등학생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진로와 꿈이란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을 형성하는 친구와의 관계와 사랑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정말로 순수하게 친구와 우정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를 다룬다. 사랑을 조금 다루기는 하지만 다른 연예물에 비해 비중이 적으며, ‘순수하고 사랑스러울 정도’의 수준으로만 살포시 풋풋하게만 다룬다.

 


다른 학원물과 비슷하게 이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역시 기본적으로 같은 동급생이다. 같은 반친구이기도 하고, 서로 크고 작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이다. 이야기 후반부가 되면서 ‘사랑’이라는 요소가 조금씩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야기 전체를 보며 우리는 ‘친구’와 ‘우정’에 대해서 순수하게 생각하게 된다.


하세 유우키는 혼자 있는 후지미야 카오리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친구란 무엇인가? 무엇이 친구인가? 첫 일주일 동안 후지미야는 하세와 친구가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금요일이 되고 그와의 기억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와 친구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그와의 기억을 잃을 수 있는가. 그건 친구는 ‘친구가 되자’라고 말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키류와 야마기시는 한 번도 서로 ‘친구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 역시 친구였다. 극단적으로 후지미야는 처음에는 키류를 무서워했다. 하지만 ‘이미 관계하고 있다’라는 그의 말에 그와 이미 친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이야기는 철저하게 ‘친구란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다. 우정이란 무엇인지 그들을 통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요소는 이 이야기를 더욱 예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따라서 다른 애니에 곧잘 나오는 ‘조금은 저속한 에로 상황’이 조금도 등장하지 않는다. 두 사람도 순수하게 서로를 위하고 ‘친구’로 있고 싶어 한다. 보는 사람이 안타깝든 답답하든 두 사람은 진지하다. 


또한 이야기는 네 사람 혹은 다섯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진행된다. 후지미야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하세에게 키류가 일침을 날려 주어 용기를 북돋어주기도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등장하여 후지미야와 하세가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던 약속으로 깨주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진전시키기도 한다. 후지미야와 친구가 됨으로써 초등학생 시절 자신을 도와 준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기도 한다. 서로를 의식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의 트라우마를 일으킨 존재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이런 모든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폭발한다. 그건 1화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서 계속 언급되었던 후지미야의 상황에 맞물려서 말이다. 


늘 그랬듯이 월요일, 하세는 후지미야에게 다가간다. 후지미야도 그를 처음부터 알고 그를 향해 일어선다. 그런 두 사람을 반 친구들이 지켜본다. 하세는 매주 하던 대로 그녀에게 “나의 친구가 되어 주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을 처음 꺼냈을 때로부터 거의 1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 동안 많은 추억들이 쌓였고, 관계성이 달라졌다. 후지미야도 그에게 말한다. “나와 친구가 되어 주세요.” 두 사람은 매주 똑같은 일주일을 반복하는 것 같으면서도 착실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두 사람의 이런 마음이 ‘사랑’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나 역시 두 사람의 이런 감정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형태는 몹시도 순수하다. 조금의 흑심은 들어 있지 않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너무도 아름답고 풋풋하고 사랑스럽게 끝을 맞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치유가 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최종평가 및 추천


개인적으로 잔잔하고 풋풋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사랑스러움으로 가득차게 되는 그런 상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일주일간 프렌드>는 그런 감정을 충분히 잘 불러일으켜 준 애니이다. 애니를 보는 내내 두 사람, 아니 모든 등장인물의 사랑스러움에 취해 있었다.


뭇 사람들은 열린 결말, 애매한 결말이 아쉽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적당하게 최선의 상태로 잘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충분히 두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아갈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오히려 세세한 장면에 대한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겨 주어서 고맙다. 처음부터 여백이 많은 애니였다. 처음과 같은 상태로 오염되지 않고(?)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 잔잔하고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 가슴이 간질간질거리는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 각박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 소소하고 행복한 이야기로 치유받기를 원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 한 번 보면 멈출 수 없는, 그러면서도 가볍게 볼 수 있는 애니를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



두 사람이 언제까지나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