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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편지지★/아련한 추억처럼(애니리뷰)

[애니 슬로리딩] 나만이 없는 거리

마음 속의 빈 구멍을 메우기 위해, 18년 전으로 돌아간다. 



나만이 없는 거리


원작 작가 : 산베 케이

장르 : 추리물, 서스펜스, 루프물

애니 제작 : A-1 Pictures

방영 : 2016년 1월

총 12화


*아래의 글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아직 이 작품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줄거리>와 맨 아래 < 최종평가 및 추천>만 보아 주세요!!

줄거리 - 엄마를 살리기 위해 18년 전 유괴사건의 범인을 찾아야 한다!


인기 없는 29살의 만화가 사토루는, 생계를 위해 피자배달 알바를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을 스스로 ‘리바이벌’이라고 부른다. 이 능력으로 피자 배달 도중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아이를 구해주지만,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인해 자신에게 마이너스가 돌아와 다쳐 입원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엄마인 사치코가 자취방에 찾아온다. 며칠 후 사토루와 사치코는 유괴미수현장에 있게 되고, 사치코는 미수범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사치코는 그 미수범이 18년 전 사토루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연쇄유괴살인사건의 용의자였음을 떠올리고, 그가 진범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사치코가 행동에 나서기 전에 범인이 먼저 그녀를 찾아와 살해해 버린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의 시체를 발견하고 충격에 빠져 있는데, 그는 엄마를 죽인 용의자로 쫓기게 된다. 궁지에 몰린 끝에 리바이벌을 갈망하자 그는 놀랍게도 18년 전 초등학교 5학년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사토루는 이 당시의 유괴사건과 어머니의 살해사건이 관련이 있다고 직감하고, 어머니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미래를 바꾸기 위해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파고드는 것이 무섭던 한 남성이 미래를 바꾸고 엄마를 구해내기 위해 깊이 파고 드는 이야기.



등장인물 - 마음 속의 빈 구멍을 메우고 싶어, 타인의 것도 자신의 것도.


 후지누마 사토루


이 이야기의 주인공. 29살. 만화가이지만 인기가 없다. 그래서 생계유지수단으로 피자배달 알바를 하고 있다. 자칭 ‘리바이벌’이란 특수능력이 있다. 파고 드는 것을 무서워한다. 그건 초등학교 5학년에 있었던 사건 때문이다. 우연히 그 시절로 리바이벌이 되고, 그 사건에 무섭게 파고들기 시작한다. 때때로 생각이나 감상을 무심코 그대로 말해버리곤 해서 ‘대담하고 솔직하다’는 오해를 받곤 한다. 스스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리바이벌이 일어나면 누군가를 구해내곤 한다. 이는 어릴 적 동경하던 만화 속 영웅 원더가이의 영향 때문이다. 애니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추구하는 정의는 남이 눈치채지 못하는 정의이다.


 후지누마 사치코


사토루의 어머니. 52세로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다. 왼쪽의 사진이 현재의 모습이며 오른쪽의 사진이 과거의 모습이다. 18년이란 격차가 있음에도 얼굴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전직 기자 출신으로 통찰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때마다 사토루는 그녀를 요괴라고 부르곤 한다. 요리 실력이 굉장히 뛰어난 듯하며, 누군가 찾아올 것 같을 때면 카레를 만든다. 사토루의 행동을 믿고 억지로 통제하지도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에는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다. 행동력이 있고 카리스마가 있으며, 잘 표현은 안 해도 아들인 사토루가 살아가는 이유이며 삶의 전부다.


카타기리 아이리


사토루와 같은 피자가게에서 일하는 여고생이다. 쾌활하고 씩씩하며 가식이 없지만 의외로 속이 깊고 어른스러운 면도 있다. ‘믿는다’는 말을 말로 잘 내뱉는데, 그건 어린 시절의 사건으로부터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다른 사람을 의심하기보다는 믿어주려고 노력한다. 사실은 모두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사토루가 리바이벌하기 전, 원래의 세계에서 그를 믿어 준 유일한 인물이며 사실상 사토루의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한다.


히나즈키 카요


1988년 당시 사토루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던 동급생이다. 그 당시 있었던 유괴살인사건에서 처음으로 희생되었던 인물이다. 원래의 세계에서 사토루가 자신이라면 그녀를 구할 수 있었다고 자책하고, 타인에게 파고 들지 않게 된 계기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리바이벌 후 그녀에게 완벽하게 파고들기 시작한다. 생일은 사토루와 똑같은 3월 2일이며, 말버릇은 “바보니?”이다. 굉장히 무뚝뚝하고 쿨하며 무관심해 보이지만 이것은 일종의 연기였다. 사실은 오히려 감정에 솔직해서 쉽게 놀라고 고맙다는 말이나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분명하게 말한다. 가정에서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코바야시 켄야


사토루의 친구이다. 사려깊고 머리회전이 빠르며 관찰력이 좋으며, 초등학생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영특함을 지녔다. 그야말로 ‘리더’의 성향을 다 가졌다. 하지만 그의 약점은 행동력이 부족한 편. 사토루가 카요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연애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먼저 눈치 채고 사토루에게 문집을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이후 사토루에게 협력할 의사를 밝히고, 사토루가 그의 마음을 받아들임으로써 함께 행동하게 된다. 그로 인해 카요의 아동학대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스가타 히로미


사토루의 친구이다. 카즈, 오사무와 함께 아지트조 원년멤버였고, 이후 켄야와 사토루와도 친구가 된다. 이후에는 이 세명이서 더 잘 지낸 듯 하다. 원래의 세계에서 연쇄유괴살인사건의 세 번째 희생자였다. 여자아이같은 얼굴과 성격 탓으로 범인이 그를 여자아이로 알고 살해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즉, 범임은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 부모님이 바쁜 편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었고, 그렇기에 외로움을 잘 알고 있다. 바뀐 세계에서 카요와 결혼을 해 미라이라는 아들을 낳는다.


야시로 가쿠


사토루의 담임선생님이다. 인물도 좋고 말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 아이들과 학부모들 모두에게 인기가 좋았다. 담임으로서 카요의 가정학대상황을 알고 있었고 그녀를 도우려는 사토루에게 조언과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카요의 일이 해결 되었을 때 사토루에게 “용기 있는 행동의 결말이 비극이 될 리가 없잖아.”라는 말을 해 주는데, 사토루는 이 때 ‘아버지란 이런 느낌일까?’라며 그에게 무한 신뢰를 하게 된다. 사실 사토루가 “마음의 빈 구멍을 메워나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빈 구멍을 메워나가려고 하는 것도, 초등학교 졸업 당시 그에게 들은 말 때문이었다. 그렇게 신뢰를 했던 그였으나, 사실 그의 정체는 사토루가 쫓던 진범인 연쇄유괴살인사건의 범인이었다. 자신의 마음의 빈 구멍을 메우기 위해 살인을 저질런던 것 이다.


그 외 타카하시, 사와다 마코토, 쿠미, 카즈, 오사무, 미사토, 하마다, 나카니시 아야(연쇄유괴살인사건 두번째 희생자), 시라토니 준(범인 누명), 히나즈키 아케미(카요의 어머니) 등이 있다.



나만이 없는 거리. 그곳에 새겨진 시간이 바로 나의 보물이다.



<나만이 없는 거리> 

지금보다 더 자라서 혼자서 어디든 갈 수 있게 되면, 먼 나라에 가보고 싶다. 먼 섬에 가보고 싶다. 아무도 없는 섬에 가보고 싶다.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없는, 그런 섬에 가보고 싶다. 섬에는 어른도, 아이도, 반 친구들도, 선생님도, 엄마도 없다. 그 섬에서 나는 올라가고 싶을 때 나무에 올라가고, 헤엄치고 싶을 때 바다에서 헤엄치고, 자고 싶을 때 잠을 잔다. 그 섬에서 나는 나만이 없는 거리를 생각한다. 아이는 평소처럼 학교에 간다. 어른은 평소처럼 회사에 간다. 엄마는 평소처럼 밥을 먹는다. 나는 나만이 없는 거리를 생각하면, 기분이 가벼워진다. 멀리 멀리 가고 싶다.>


위는 히나즈키 카요가 문집에 쓴 글이다. 카요가 자신의 상황에 대한 SOS이며, 이 글을 읽은 사토루는 더욱 그녀를 구해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 작문이 의미심장한 것은 이 작품의 제목과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짜 이야기는 사토루가 카요의 <나만이 없는 거리>란 작문을 읽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이전까지는 상황이 주인공을 움직이면서 이야기가 소극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이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인공이 움직이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행된 이야기는 철저하게 히나즈키 카요를 구해내기 위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사토루는 오직 카요를 그 집에서, 연쇄유괴살인사건의 범인에게서 구해내기 위해 움직인다. 처음에는 계속 무뚝뚝하게 대하던 카요도 점차 마음을 열어 그에게만큼은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두 사람의 관계도 진행된다.


그런데 카요를 구해내는 것은 너무도 어렵다. 결국 사토루는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다. X데이라고 생각했던 그 날로부터 카요를 살리는 데 성공했지만, 카요는 결국 죽는다. 다만 사망날짜가 아주 조금 뒤로 미루어졌을 뿐이다. 결국 사토루는 다시 한 번 더 돌아가서 카요를 완벽히 구해내려고 한다. 부자연스러워도 상관 없다. 자신이 벌을 받아도 좋다. 그녀만 구해낼 수 있다면.


하지만 혼자서 카요를 구해내는 것은 역시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 때 사토루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친구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손을 건넨 건 켄야였다. 다음 세 번째 희생자이기도 한 히로미 역시 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사토루는 그들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들을 믿기로 한 일은 정말로 잘한 일이었다. 친구들의 협력 덕분에 사토루는 88년의 그 날로부터, 그 집으로부터, 범인으로부터 카요를 지켜내는 것에 성공한다.


카요가 모두와 헤어져 외할머니댁으로 가게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나만이 없는 거리>가 나온다. 이 글을 나래이션으로 들려주는 카요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밝다. 그 글의 내용이 처음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SOS로밖에 읽히지 않던 그 글이, 이제 희망의 글로 읽힌다.


특히나 ‘나는 나만이 없는 거리를 생각하면, 기분이 가벼워진다.’라는 부분에서는 작게나마 전율이 흘렀다. 카요가 헤어지는 것을 슬퍼하는 친구들에게 해 주었던 말이 생각난다. “괜찮아. 너희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지니까.” 그렇다. 그 곳에 나는 없어도 괜찮다. 그들과의 추억이 가득하므로. 나를 생각해 주고 행동해 주었던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으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만이 없는 거리>는 사토루의 행동으로 인해 변화된 히나즈키 카요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이야기의 가장 처음에 나왔던 사토루의 ‘파고들지 못함’이란 약점을 이겨내는 것이었고, 트라우마를 극복해 내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카요를 구하고 나서도 아직 화수가 제법 남았다. 이제 이야기는 후반으로 달려간다.


이제 남은 것은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사치코를 죽이고, 과거에 카요와 아야, 히로미를 죽였던 그 범인. 사토루에 의해 세 명의 타겟을 모두 잃은 범인의 시선은 미사토를 향한다. 미사토가 혼자 다니게 된 것을 알게 된 사토루는 그녀 또한 구하기 위해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침내 범인과 만나게 된다.


범인은 바로 야시로 선생이었다! 그에 대한 신뢰로 그에 대한 의심을 전혀 하지 못하던 사토루는 결국 범인인 야시로 선생에 의해 죽을 뻔 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사토루는 죽지 않았다. 그것으로 사토루는  야시로 선생의 ‘스파이스’ 완벽한 대용품이 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받은 햄스터들을 과실주 안에 넣은 어린 야시로. 다시 돌아오자 죽어 떠다니는 다른 햄스터들을 죽기 살기로 밟고 살기 위해 발악하는 햄스터를 발견하고 전율을 느낀다. 그는 그 햄스터를 ‘스파이스’라고 이름을 짓고 키우기로 한다. ‘스파이스’는 야시로가 살아가는 희망이었고 이유였다. 그런데 그 스파이스가 죽고 말았다. 그는 계속해서 ‘스파이스’의 대용품을 찾았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느끼게 해 주는 ‘완벽히 나를 위한 타인의 죽음’을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스파이스’처럼 죽이려고 했지만 죽지 않고 살아 발악하는 존재가 나타났다. 사토루는 야시로의 살아가는 희망이었고 이유였고 전부였다.


야시로의 이야기에서 ‘거미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야기 상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나 여기서는 그다지 관련이 없으므로 생략하도록 하겠다.



죽지는 않았으나 사토루는 야시로에 의해 11살에서 25살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된다. 15년만에 겨우 깨어난 사토루는 카요의 만남으로 기억을 되찾고, 야시로 선생과의 마지막 싸움을 준비한다. 물론 혼자가 아니다. 그에게는 엄마도 있고 켄야도 있고 히로미도 있다. 그리고 마침내 싸움에서 승리한다.


모든 것이 다 해결된 뒤 사토루의 독백이 이어진다. 

나는 11살에서 25살의 인생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그 잃어버린 시간 자체가 내 보물이다. 나만이 없어진 마을에서 친구들이 나를 위해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내줬다. 나만이 없는 마을. 나만이 없는 시간. 그거야말로 내 보물이다.


이제야 제목의 의미가 분명해졌다. 사토루는 비록 자신은 그 공간에 없지만 그럼에도 착실히 자신들의 시간과 미래를 이어간 친구들이, 그들의 시간과 미래가 보물이라는 것이다. 아마 특히 자신을 통해 미래가 이어진 세 사람의 시간과 미래에 더 기뻐하지 않았을까. 



<나만이 없는 거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범인이란 반전 때문에 ‘명작’이라고 칭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명작’이라 칭해지며 그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그 안에 들어 있는 가슴 따뜻한 메시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며, 거기에 더해 ‘드러나지 않는 정의’를 품고 있는 한 사람의 순수한 행동에 감동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추리물이며 서스펜스물임에도 이렇게나 가슴이 따뜻해지다니. <나만이 없는 거리>를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치밀한 플롯 구성과 복선의 힘!


역시 ‘명작’이라고 하는 모든 것들은 구성이 치밀하고 탄탄하다. 이 <나만이 없는 거리>도 마찬가지이다. 거기에 추리물이다. 손가락 하나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과 소름끼치도록 도처에 깔려 있는 복선의 완벽한 회수는 작품을 보는 내내 감탄하게 만든다.


이야기 초반을 보면 배경이 홋카이도다. 그리고 겨울이다. 계속해서 눈이 내리고 날씨는 춥다. 이런 배경을 선택한 이유는 사토루가 기억을 떠올릴 계기를 만들기 위함이다.


사토루와 카요는 모두 3월 2일 생일이다. 3월부터는 봄이니까 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배경은 홋카이도다. 여전히 눈이 내리고 춥고 겨울이다. 자신의 생일파티에 초대해 준 사토루의 생일 선물을 위해 카요는 그와 손을 맞댄다.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사토루는 당황하지만, 그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손의 크기를 재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뜨기 시작된 장갑은 이야기 안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즉 첫번째 리바이벌에서 그 장갑을 받지 못한다. 두번째 리바이벌에서 겨우 받게 된 사토루는 눈물마저 흘린다. 이렇게 그저 감동적인 요소로 작용될 걸로만 생각했던 ‘장갑’ 에피소드는 이후 마지막에 중요한 복선이 된다.


마지막 리바이벌 후 15년 만에 깨어난 사토루는 기억이 없다. 그런 사토루에게 어른이 된 카요가 나타난다. 그녀를 보고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지만, 그 때에도 사토루는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다. 기억이 돌아오는 것은 바로 카요와 히로미의 아들인 ‘미라이(미래)’의 손을 맞댔을 때였다. 이 장면은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카요와의 일이 오버랩된 것과, 원래의 세계에는 없었던 두 사람의 아들의 미래를 손으로 직접 느낀(체험)한 것이다. 그렇게 사토루는 기억을 모두 되찾게 된다.



기억이 돌아온 사토루는 어느 누구도 조금도 원망하지 않는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어!’라며 충분히 원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토루는 담담하다. 오히려 카요와 그의 아들을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는 성자인 걸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애니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알 수 있는 것은 마지막 화에서 사토루가 문집에 썼던 작문뿐이다. 그나마 그것으로 사토루가 원더가이를 동경하여 그처럼 누군가에게 파고 들며 살고, 그처럼 동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만화책을 보면 매우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사토루가 이런 가치관과 성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적에 만난 한 청년 덕분이었다.



사토루가 아주 어렸을 때, 사치코가 일했던 곳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눈이 내리고, 한 청년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사토루는 청년 덕분에 추위에 떨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청년에게 사장은 칭찬은커녕 폭력을 휘두른다. 그의 선행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것. 그런 청년을 보고 사토루는 <‘아무도 알아채지 않는 정의’를 이루어낸 자>라고 말한다. 이 청년의 행동과 정의는 이후 사토루의 모토가 된다. 


사토루는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인정해 주지도 않지만 청년이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정의를 실행해 나간다. 리바이벌 때, 자신이 손해를 볼 것임을 알면서도 선행을 행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카요를 향한 행동도 역시 이 정의였다. 보상받기 위한 정의가 아닌, 칭찬받고 인정받기 위한 정의가 아닌, ‘남모래 행하는 순수한 정의’인 셈이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그이기에, 성인이 되어 행복해 보이는 모습의 카요가 나타났을 때, 순수한 마음으로 기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애니에서는 이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기에 그의 행동이 ‘성인군자냐?’라는 오해와 비판을 받게 되었지만, 카요를 만났을 때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던 장면은, 매우 치밀하게 잘 짜여진 설정이다.



마지막으로 <나만이 없는 거리>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사람들이 가장 분노했던 장면이 바로 ‘카요의 배신’이었다. 그녀는 왜 사토루를 기다려주지 않았느냐! 사토루가 그녀에게 행한 행동이 순수한 정의와 선행이었다고 해도, 그녀는 사토루를 기다렸어야 하지 않느냐! 라고들 말하며 분노한다. 하지만 이 장면 역시 원작을 보면 그녀의 마음을 얼추 이해할 수도 있을 뿐더러, 이 작품의 히로인은 엄연히 아이리이다!


왜 아이리인지는 글로 된 설명보다는 원작을 직접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내 개인적인 생각인, 카요가 왜 사토루가 아닌 히로미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작가가 왜 사토루가 아니라면 켄야도 있고 많은데 왜 굳이 히로미를 선택했고, 그들의 아들 이름을 ‘미라이(미래)’라고 지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토루가 아니었다면 카요도 히로미도 현재의 시간을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즉, 과거에 죽고 미래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토루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카요와 히로미, 두 사람이 있다. 당연히 사토루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아들도 없다. 즉 사토루가 두 사람뿐만 아니라 그 두 사람의 아들인 ‘미라이(미래)’의 미래까지도 이끌어내었다는 것이다. 


그 두 사람의 아들인 ‘미라이(미래)’의 미래가, 비록 사토루는 아무런 보상을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지만, 작가가 주는 과거 그의 행동에 대한 보상이다. 사토루의 행동은 두 사람의 생명을 미래로 잇는 것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생명이라는 놀랍고 경이로운 일을 이룬 것이다.



이 외에도 이 작품이 보면 볼 수록 ‘명작’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많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복선으로 사용하는 그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최종평가 및 추천


완벽한 추리물이고 서스펜스물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추리물과 서스펜스물과는 다르다. ‘루프’라는 설정 때문만이 아니다. 주인공이 행동하는 방식과 그 이유가 근본부터 다른 추리물과 서스펜스물과 다르다. 그에겐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새로운 행동력의 근본을 보여준다. 손가락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 치밀하고 꼼꼼한 플롯구상이 돋보인다. 단순히 숨막히도록 꽉 짜여져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단숨에 몰아치는 압도력도 압도력이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 따뜻함도 있고, 소소한 개그도 분명 들어 있다. 아마 보면 볼 수록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구성의 작품이다.


나 역시 조만간 꼭 다시 한 번 봐야할 것 같다. 내가 놓친 복선과 구상을 꼼꼼하게 찾아보며 다시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작품이다. 봐도봐도 ‘명작’이라고 느낄 수 있을 만한 작품은 흔하지 않다.



- 시간을 뛰어 넘어 사건을 해결하는 ‘루프물’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 이어지는, 그런 이야기를 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 볼 수록 더 ‘명작’임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 치밀한 구상과 복선으로 보는 내내 감탄을 하며 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 추리물임에도 감동이 받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



나만이 없는 거리를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