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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편지지★/아련한 추억처럼(애니리뷰)

[애니 슬로리딩] 아노하나(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초평화 버스터즈는 항상 사이가 좋아요. 죽은 멘마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이야기.


아노하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


장르 : 청춘, 성장, 드라마학

애니 제작 : A-1 Pictures

방영 : 2011년 4월

총 11화


*아래의 글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아직 이 작품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줄거리>와 맨 아래 < 최종평가 및 추천>만 보아 주세요!!

줄거리 - 죽은 멘마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초평화 버스터즈


한 때 초평화 버스터즈의 리더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등교를 거부하며 집에서 히키코모리 비슷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야도미 진타. 그에게 여름 어느 날 5년 전 죽었던 멘마가 찾아온다. 멘마는 진타에게 ‘들어주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다’는 부탁을 받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각자 다른 생활로 소원해 졌던 초평화 버스터즈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한다. 


멘마의 죽음으로 멈추어버린 초평화 버스터즈의 시간이 멘마로 인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감동적인 이야기.



등장인물 - 초평화 버스터즈는 항상 사이가 좋아요.


야도미 진타 / 진땅


이 이야기의 주인공. 한 때 초평화 버스터즈의 리더였다. 어릴 적에 부끄러운 나머지 무심코 멘마에게 상처를 주었던 말을 줄곧 후회하며 사과하고 싶었지만, 멘마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고 이 때의 충격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로부터 5년 뒤. 고교 수험에 실패해 자신이 가고자 했던 곳보다 수준이 낮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등교를 거부하며 반쯤 히키코모리가 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죽은 것이 분명한 멘마가 다시 나타나고, 그녀를 이 더러운 더위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와 사춘기의 성충동의 혼합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여름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멘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안죠 나루코 / 아나루


어린 시절에는 알이 큰 안경에 단발머리로 수수한 외모였으나 고등학교에 입 학하면서 화려하게 변했다. 사실은 친구 때문에 휩쓸린 것 같다. 실제로 잘 휩쓸린다는 묘사와 대사가 작중에 많이 나온다. 소꿉친구 중 한 명인 진땅과 같은 학교에 같은반이다. 어린시절부터 줄곧 진땅을 좋아했지만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어떤 의미에서 진땅이 멘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 일의 원인 제공자이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해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멘마를 줄곧 부러워했으며 질투도 있었다. 멘마처럼 되고 싶어 그녀의 뒤만 쫓아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멘마를 좋아하고 있었고, 멘마의 게임기에 붙여준 스티커를 5년이 지난 지금도 소중히 대하고 있다.



 마츠유키 아츠무 / 유키아츠


초평화 버스터즈의 일원이며 얼굴도 잘생기고 키도 크다. 공부도 잘 해서 진땅이 목표로 했다가 떨어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진땅에게 꽤나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는데, 이는 5년 전에 죽은 멘마가 원인이다. 그도 멘마를 좋아했으나 진땅과 멘마가 서로 좋아하는 것을 알고 일종의 질투를 한 것이다. 거기에 멘마가 자신이 아닌 진땅에게 찾아온 것에 대한 질투이다. 죽은 멘마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으며, 멘마처럼 여장을 하기도 했다. 



 츠루미 치리코 / 츠루코


다소 차갑지만 어른스럽고 성실한 성격에 성적도 우수하다. 소꿉친구 중 한 명인 유키아츠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크면서 안경을 벗은 아나루와 달리 큰 안경을 썼다. 유키아츠와 접점이 있는 유일한 인물로 츠루코가 아니면 전부 모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정도다. 두 사람이 항상 함께 다녀 둘을 세트로 묶어 ‘유키아츠루코’라고 불린다. 사실 유키아츠를 좋아했었으나 멘마에겐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의 이해자가 되고 싶어 했다. 따라서 유키아츠와 함께 다니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했다.



 히사카와 테츠도 / 폿포


어렸을 때는 친구들 중 가장 작은 키에 머리도 빡빡이였지만 현재는 가장 키가 크며 덩치도 가장 크다. 하지만 성격이 조금씩 변한 다른 친구들과 달리 성격만큼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온 세계를 여행 중이다. 초평화 버스터즈가 비밀기지로 사용했던 곳을 일본에 있는 동안의 거처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다른 소꿉친구들이 멀어지는 과정에서도 그만큼은 그 추억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진땅이 5년 전 죽은 멘마가 다시 돌아왔다는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믿고 협력해 준 첫번째 친구이다.



 혼마 메이코 / 멘마


새하얀 긴 은발에 어딘가 맹한 구석이 있는, 천진난만한 소녀. 잘 울며 어릴 때 주로 진땅이 울렸다고 한다. 소녀. 5년 전에 사망했으나 성장한 모습으로 5년 뒤 진땅 앞에 나타났다. 멘마의 모습은 진땅에게만 보인다. 맹한 구석이 있어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를지도 모른다는 엄마의 말과는 달리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어떤 소원이 있어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그 소원이 무엇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으나 다만 모두와 함께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진타 외의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으나 인간과 비슷하게 행동하며 실제로 현실 세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죽을 때 신발을 남기고 죽어서인지 맨발이다. 

작중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아버지가 일본인이고 어머니가 일본인과 러시아인의 혼혈이다. 따라서 그녀의 외모가 다른 친구들과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아마 이것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자신을 ‘외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타의 손에 이끌려 초평화 버스터즈의 멤버가 되었다. 



모든 것은 마지막 화를 위해!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이후 아노하나)>는 완벽한 감동물이다. 또한 이미 죽은 존재가 등장하여 소원을 이루어달라고 부탁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이미 그 소원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그 죽은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예감하고 이미 슬프다. 더군다나 <아노하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고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 작품이 명작이라고 호평을 받는 이유는 마지막화에 있다. 1화에서 10화까지의 내용도 훌륭하고 감동스럽고 재미있다. 하지만 11화, 마지막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작품의 반의 반도 보지 못한 것이다. 1화에서 10화는 오직 이 마지막화를 위해 달려왔을 뿐이다. 그럼 이제 하나씩 설명하도록 하겠다.



먼저 여기 멘마를 비롯한 초평화 버스터즈 멤버들이 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들이며 산 속에 비밀기지를 만들어 초평화 버스터즈를 만들었다. 진땅이 리더이고 여자아이들의 사랑과 질투를 모두 받는 존재인 멘마가 있다. 그리고 그런 멘마를 좋아하고 리더를 질투하는 유키아츠가 있고, 그런 유키아츠를 좋아하는 한 소녀인 츠루코가 있다. 당연히 리더를 좋아하는 소녀, 아나루도 있고.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는 귀여운 소년 폿포도 있다. 이들의 관계와 역할을 보면 어디선가 있을 법하다. 이 어디선가 있을 법한, 인물 관계 설정이 <아노하나>에서 특히 마지막화를 위해서 아주 중요하다.



이들은 5년 뒤 성장했다. 가장 키가 작고 왜소했던 폿포는 키와 체격이 멤버들 중 가장 클 정도로 성자했고, 아나루도 엄청난 성장을 이룬다. 다만 친구들에게 잘 휩쓸리는 성격 탓에 수수했던 그녀가 이제는 가장 화려해졌다. 츠루코는 더욱 어른스러워졌다. 유키아츠는 더욱 멋있어졌다. 실제로 학교에서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은 듯하다. 공부도 전교2등이라고 하니 말 다했다. 그런데 한 사람. 왠지 한 사람은 성장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 주인공이자 초평화 버스터즈의 리더였던 진땅은 체격도 왜소한데다 뭔가 많이 다크해졌다. 많이 소극적이 되었고 찌질해졌다. 그리고 웬일인지 그렇게 사이가 좋던 초평화 버스터즈는 모두 소원해져 있다. 그리고 멘마는 죽었다. 자,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들이 소원해진 이유는 멘마의 죽음 때문이었다. 멘마가 죽던 그 날, 진땅은 멘마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게 된다. 다음 날 그녀에게 사과를 하려 했지만 내일은 없었다.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반면 아나루는 그것이 자기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었다. 실제로 진땅이 그 말을 하게 된 계기가 바로 아나루였다. 그 때문에 아나루는 점차 어두워지는 진땅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멘마가 없어지면 진땅과 더 사이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녀가 없어지자 진땅과 멀어지게 된다. 반면 유키아츠는 멘마를 좋아했고 그 날 그녀에게 고백도 했다. 또한 진땅을 빼고 모이자고 한 멘마의 말을 무시하고 진땅까지 불러 그 날의 일을 계획했다. 따라서 유키아츠도 그녀를 향한 정리되지 않은 마음과, 죄책감이 한데 모여 멘마의 머리스타일과 비슷한 가발과 리본이 달린 하얀 원피스를 사 모으고 여장을 하는, 다크사이드에까지 빠지고 말았다. 멘마가 죽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어 보였던 츠루코와 심지어 폿포까지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츠루코는 유키아츠가 꾸민 일을 알고 멘마에게 고자질을 했다. 자신은 아닌 척 뒤로 빠져 방관자처럼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죄악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폿포. 정말 밝고 단지 이 멤버의 분위기메이커인 줄로만 알았던 그는, 멘마가 물에 떠내려가던 그 순간을 본 유일한 목격자였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 자책하고 있었다. 애니 본편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그가 줄곧 목걸이처럼 매달고 다녔던 주머니에는 그날 멘마가 떠내려간 그 곳에 핀 꽃을 넣어 두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멘마가 진땅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서는 모두가 모여야만 가능하다는 소원을 이루어달라고 한다. 그 말을 폿포가 가장 먼저 믿고 협력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폿포 역시 죄책감 때문이었다. 멘마가 그 날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 폿포가 그녀를 성불하여 용서를 받기 위함이었다. 어쨌든 그의 도움으로 아나루까지 함께하게 된다. 아나루는 잘 휩쓸리는 성격이며 더구나 계속 진땅을 좋아했었기에 그녀의 도움을 받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이제 유키아츠루코만 남았다. 진땅에게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는 유키아츠. 그리고 그 옆에 항상 붙어있는 츠루코. 하지만 츠루코는 진땅과 멘마의 등장으로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츠루코는 진땅으로 하여금 유키아츠를 계속 도발하게 만들고, 결국 유키아츠의 다크사이드(여장)가 발각되고 만다. 역시 이것을 계기로 조금씩 진땅과 행동을 함께 한다. 그런데 여전히 진땅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 때 멘마가 드디어 나선다. 직접 만든 진땅 엄마의 찐빵과 일기장에 글씨를 써서 대화를 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것. 이제 초평화 버스터즈가 다시 뭉쳤다. 남은 것은 멘마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과 그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이다.



소원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그들은 멘마의 일기장을 읽어본다. 그러다가 진땅 엄마를 위한 편지를 써 하늘에 날려 보내기로 했다가 무산된 것을 떠올린다. 아이들은 모두 이것이 멘마의 소원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로켓폭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었다. 때문에 진땅은 알바를 시작한다. 잠도 자지 않고 일을 한다. 멘마를 위해. 멘마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그런 진땅은 반짝반짝 빛난다.


그런데 점차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점차 멘마의 소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멘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행동하기 시작한다. 아나루는 진땅이 멘마만 바라보는 것이 싫다. 멘마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유키아츠는 자신이 아니라 진땅에게만 보인다는 사실이 너무도 싫다. 그래서 진땅에게만 보이는 멘마를 성불시키려고 한다. 폿포 역시 멘마를 성불시켜 용서받기를 원한다. 츠루코도 멘마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단 한 사람. 이것을 저지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진땅. 그는 멘마가 사라지는 것이 싫어 저지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로켓폭죽은 보란 듯이 하늘에 아름답게 꽃을 피어냈다. 진땅이 슬퍼하고 있는 와중에 기뻐하는 멘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멘마가 있다. 성불하지 않은 것. 로켓폭죽이 그녀의 소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까지가 10화까지의 내용이다.



그리고 마침내 11화, 마지막화 이야기가 이어진다. 멘마를 제외한 초평화 버스터즈가 모인다. 모여서 이야기하다 보니 각자의 상처가 터져 나온다. 각자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울음과 함께 토해낸다. 그러다 멘마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떠올린다. 멘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들은 진땅에게 멘마를 데려올 것을 부탁하고 비밀기지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진땅은 멘마를 향해 달린다.


한편 멘마의 손이 투명해졌다. 그리고 기운도 없어 보인다. 그건 멘마의 소원이 이루어졌기 때문! 그녀의 소원은 다름이 아니라 진땅 엄마와의 약속이었다. 감정을 눌러 참는 버릇이 있는 진땅이 걱정되었던 진땅 엄마를 위해 멘마가 꼭 진땅을 울리겠다고 약속했던 것. 그것이 다시 나타난 멘마의 소원이었다. 멘마의 소원이 감동적일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그런데 진땅을 울리는 것이라니. 멘마는 진땅과 함께 이 이야기를 보는 모든 사람들마저도 울리고 말았다.


어쨌든 점차 사라지려고 하는 멘마를 업고 진땅이 비밀기지로 달린다. 자신만 그녀에게 이별을 고해서는 안 되었다. 초평화 버스터즈 모두가 함께 이별의 인사를 나누어야 했다. 그래서 진땅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런데 비밀기지에 도착하자 이상함을 느낀다. 멘마가 보이지 않는다. 당황한 진땅을 위해 멘마는 ‘숨바꼭질’이라고 말한다. 진땅과 친구들은 멘마를 찾기 위해 비밀기지 밖을 미친 듯이 뛰어 다닌다.



이 때 성우가 정말 열일했다고 생각한다. 이따금 들리는, 너무도 처절한 멘마를 부르는 진땅과 친구들의 목소리가, 가슴을 때린다. 너무도 아프게 때린다. 거기에 더. 멘마가 ‘아직이야.’라고 할 때마다 목구멍이 울컥한다. 이제껏 꾹꾹 눌러왔던 모든 감정이 터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모두 멘마를 찾는 동안, 멘마는 일기장에 편지를 쓰는 것으로 마지막 이별을 준비한다. 다른 종이에는 쓰지 못했지만, 자신의 이 일기장에만은 글씨를 쓸 수 있었다. 멘마는 이 일기장에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쓴다. 아주 짧지만, 그 흔들리는 글씨체에서 멘마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아직 아니라며 자신의 손목을 꾹 잡고서 한 획 한 획 써 나가는 멘마를 보고 있으려니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똑 부러지는 아나루가 정말 좋아.

상냥한 츠루코가 정말 좋아. 

노력하는 유키아츠가 정말 좋아. 

재미있는 폿포가 정말 좋아.  그리고...

진땅이 정말 좋아(이 좋아는 진땅의 신부가 되고 싶다는 의미의 좋아야.)


편지를 보며 멘마가 좋다고 오열하며 외치는 초평화 버스터즈처럼 나도 멘마가 좋다고 외칠 뻔 했다. 긴 말보다 짧고 굵은 한 마디가 마음에 더 와닿고 슬플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절절히 깨달았다.


편지를 읽은 후 모두 멘마가 보이게 되었다. 나무에 걸터 앉아 있던 멘마를 모두 발견한 것! 그리고 이제 정말 숨바꼭질과 함께 이별을 할 시간이 다가왔다. 멘마는 진땅에게 숨바꼭질을 끝내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환생하고 싶다고 말한다. 멘마는 그렇게 해서 다시 모두와 함께 이야기하고 놀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진땅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준다.


“하나~ 둘~“ “멘마 발견!”


멘마는 들켰다는 말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이 중요하고 중요한 장면에서 기가막히게 엔딩노래가 삽입되는데, 정말 ‘기가 막히는 타이밍’이었다. 앞으로 엔딩 노래만 들어도 이 장면이 떠오르고 울컥할 것만 같다.



멘마가 성불하는 것으로 감동이 끝이 날 것 같았는데 한 가지 더 훅 치고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초평화버스터즈’라고 진땅이 새겼던 글씨 옆으로 멘마가 말을 덧붙인 이 것이 또 한 번 사람을 울린다. ‘초평화버스터즈는 항상 사이가 좋아요.’ 멘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가졌던 소망이었다. 멘마덕에 다시 뭉치게 된 초평화버스터즈는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이 애니는 정확하게 마지막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렇다고 마지막화만 보아서는 감정선이 살지 않는다. 1화부터 차근차근 감정을 쌓아올려야 마지막화에서 터질 수 있다. 정말이지 그래서 이 애니는 다른 것 보다 정말로 ‘슬픈 애니’이다.



최종평가 및 추천


완벽한 청춘우정물이다. ‘사랑’이란 소재가 얼핏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주 흐름의 대상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초평화 버스터즈’ 멤버들의 우정을 다루다보니 자연스럽게 파생된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신파로 흐르지 않고 풋풋하고 귀엽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시절 함께 놀았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어린시절 소꿉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루어서 그런지 순수한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화에 ‘숨바꼭질’은 너무 예쁘면서도 슬프게 느껴질 정도로 순수하다. 그 ‘숨바꼭질’이란 소재는 성장하였어도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남아있는 멘마와 딱 어울리는 소재였다. 멘마는 처음엔 진땅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여름날의 더위와 사춘기의 성충동으로 태어난 여름괴물에서 너무도 순수하고 예쁜 존재로 잊혀지지 않을 존재가 되었다.


멘마. 그리고 엔딩과 삽입곡의 멜로디만 들으면. 언제든지 가슴이 짠해져 올 것만 같다.



-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를 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 목놓아 울 정도로 슬픈 이야기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 아주 길고 긴 여운이 남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



멘마 발견! 하루 빨리 환생해 초평화 버스터즈와 함께 놀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