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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편지지★/가슴에 새겨지다(영화리뷰)

[영화 슬로리딩] 그날, 바다


그날, 바다 

2016.04.12. 개봉 110분

장르 : 다큐멘터리

감독 : 김지영

출연 : 정우성 (내레이션 역)




 <Daum 영화 공식 줄거리> 


사라진 20분, 벗어난 경로
바다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8시 30분경과 8시 50분경으로 사고 발생 시간에 대한 진술은 엇갈리고, 세월호의 항로를 기록한 데이터는 각기 다르게 기록되거나 사라졌다.
과학적인 분석과 자료 수집, 4년간의 치밀한 조사로 오직 팩트로만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그날을 추적한다.

잊을 수 없는 '그날', 모든 걸 알고 있는 '바다'
증거에 증거로 답해야 할 것이다!



 <영화 예고편> 




*아래의 글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4. 4. 16. 그날.

2014년 4월 16일 오전. 그 날의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마침 여유가 생겨 내 소중한 사람과 함께 집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고, 오후에는 내 소중한 사람의 세례가 있을 예정이었다. 조금은 특별한 날이어서 더욱 기억이 또렷하다. 오전에 뉴스에 크게 특보가 떴다. 세월호라는 배가 침몰했다는 것이다. 그 배 안에는 당시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아이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고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곧 구조중이라고 했고, 얼마 뒤 전원구조라는 특보가 떴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우리도 정말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큰 일이었다고 알게된 것은 다음 날이 되어서였다. 전원구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세월호를 잠시 잊고 있었다. 아니,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그러다 다음 날, 그것이 오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조된 사람은 극히 일부였으며, 대부분의 단원고 아이들이 구조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 때부터였다.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은.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고 그냥 불안했다. 단지 너무도 컸던 ‘오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무언가 이상했고 불안했다.

결국 많은 아이들이 그대로 별이 되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상한 것은 그 이후부터였다. 정부의 행태가 너무도 이상했고, 속속들이 이상한 의문점들이 던져졌다. 왜 해군은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했는지. 왜 선원들부터 구조를 한 것인지. 왜 마치 배가 아이들을 안은 채로 가라앉기를 바라는 것처럼 방관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점이 이렇게나 많이 있는데 왜 서둘러 이 일을 수습하려고 하는 것인지. 정부는 무엇을 한 것인지. 대통령은 그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세월호’가 왜 이념의 잣대가 되어 버린 것인지.

정부는 서둘러 결론을 내어 버렸다. 배의 방향을 꺾었는데 배가 획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잘 포박하지 않은 물건들이 한 쪽으로 기울면서 그렇게 된 것이란다. 그들은 그저 정상적으로 운행을 했을 뿐이란다. 그 잠깐의, 한 번의 실수란다. 그래서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그 실수를 저지른 선장과 선원의 잘못이란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세월호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 대통령의 7시간 혹은 7시간 반의 의혹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왜 구할 수 있었던 사람을 구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미스테리이다.

하지만 벌써 세월호가 일어난 지 4년이 되었다. 어느 누구는 이제 지겹다고 말하고, 어느 누구는 이제 그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끝까지 세월호를 붙들고 있었던 사람이 있다. 바로 김지영 감독이다. 그는 김어준 총수와 함께 세월호를 끈질기게 파고들어 마침내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그 날의 일을 담담하면서도 치밀하게 파고드는 <그날, 바다>


영화 <그날, 바다>는 김지영 감독이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파고드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과학적인 방법과 전문가들의 조언들을 바탕으로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분석해 나간다. 그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던 것은 AIS항적도였다. 그는 세월호에 관련된 모든 AIS 항적도에 대해 치밀하게 파고들고 공부하며 분석해 낸다. 



정부가 발표한 AIS 항적도에는 이상한 점들이 너무도 많다. 애초에 디지털 자료를 두 번에 나누어서 발표한 것부터 이상했다. 하지만 김지영 감독과 다큐멘터리 팀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 항적도를 파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정부가 발표한 항적도 외에도 해군의 자료라든지, AIS가 아닌 다른 레이더 자료라든지, 두라에이스호 선장의 인터뷰 내용이라든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수집하여 활용한다. 그 결과 정부가 발표한 항적도 대로 세월호가 곧게 항해한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항해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그재그’로 항해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지그재그’로 항해한 원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생존자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것을 이야기했다. 그 중 하나가 좌현으로 돌아가는데 배가 좌측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일단 후자의 증언을 가지고 전문가를 찾아가 자문을 듣는다. 전문가는 외부에서 무언가 끌어당기는 힘이 있지 않고서는 좌현으로 도는데 배가 좌측으로 기우는 것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사실은 대부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왼쪽으로 급회전을 하면 몸은 오른쪽으로 쏠리게 되어 있다. 그 힘이 강해지면 차는 오른쪽으로 뒤집히지 왼쪽으로 뒤집히지 않는다. 하지만 외부에서 좌측 끝을 잡아 당기는 힘이 있다면, 가능하다.



또한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 두라에이스 선장이 말한 침몰 장소와 정부가 발표한 침몰 장소가 달랐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고 발생 시점인 8시 50분이 아니라 8시 30분에 한 번의 큰 충격이 있었다는 것. 정부는 분명 천천히 기울었다고 했으나, 배의 기울기가 급격하게 기울었다는 증언들이 그것이다.


김 감독과 다큐팀은 인천에서부터의 세월호 행적을 차근차근 따라가 본다. 지그재그 항해는 사고 발생 장소 근처뿐만 아니라 8시 30분의 증언을 포함하여 두어 번 더 있었다. 그런데 지그재그 뿐만이 아니라, 속도도 왔다갔다 한다. 어느 때는 천천히 갔다가 어느 때는 또 급히 속도를 내었다. 그런 의문 투성이의 항해가 있은 뒤, 마침내 그 곳에 다다랐다. 세월호는 정부가 발표한 대로가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갔다. 


김 감독과 다큐팀은 진실된 침몰 장소를 찾아낸다.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3D기술을 활용한 결과. 두라에이스호 선장이 언급한 그곳이 맞았다. 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병풍도에 바짝 가까운 곳에서 세월호는 침몰했다. 그래야만이 생존자들이 본 풍경과 두라에이스호 위치와 모양이 꼭 들어맞게 된다. 두라에이스호 선장의 말이 맞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침몰 장소를 굳이 바꾼 것일까. 왜 사고 발생 시점도 바꾼 것일까. 왜 AIS항적도를 조작한 것일까. 왜 거짓 투성이 그 항적도를 중요 증거라고 말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다.




모든 퍼즐이 하나로 맞추어 질 때 드러난 진실 하나


퍼즐 조각은 모두 갖추어 진 것 같은데, 하나로 꿰어 맞춰지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김 감독은 어느 날 우연히, 한 가지의 생각을 하게 된다. 김 감독은 세월호의 행적 모양을 그대로 정부가 발표한 장소가 아니라 두라에이스호 선장이 지적한 그곳으로 옮겨보게 된다. 그 결과 소름끼치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얀 선으로 표시되는, 배의 높이와 땅의 높이가 맞닿는 지점을 표시하는 하얀 선과, 지그재그 항해가 있던 지점이 딱 들어 맞았다. 그 지점은 지그재그 항해가 있던 것과 일치했으며, 생존자의 증언과 일치했으며, 8시 30분에도 두 지점은 만나고 있었다. 세월호는 땅과 부딪히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 때마다 세월호가 방향을 바꾸었고, 그 결과 지그재그로 항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월호는 일부러 위험도가 크게, 섬과 맞닿아 항해를 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직 이 사실만으로는 좌현으로 돌 때 배가 좌측으로 기울었다는 사실은 증명되기 힘들다. 이 때 김감독에게 또 다시 하나의 생각이 들게 된다. 그건 바로 ‘앵커’였다. 김 감독을 곧바로 좌측 앵커를 주목한다. 그 결과 세월호의 양쪽 앵커 중 좌측 앵커만 유독 녹이 많이 슬었으며 마모가 많이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마모가 많이 되었다는 것은 무언가에 닿아 쓸렸다는 것이며, 녹이 슬었다는 것은 바닷물이 닿고 1시간이상이 흘렀다는 것이었다. 배를 기울게 한 ‘외부 힘’은 바로 앵커였다. 앵커가 바다 아래 있는 지형과 맞물리면서 배를 잡아당긴 것이다. 그러면서 배의 기울기가 급격하게 기울었고, 좌현으로 돌면서도 좌측으로 기울게 되었다.



김감독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평소 그런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알려 주었다고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놀라운 발견이다. 그만큼 얼토당토하지 않은 생각이 아니라, 매우 그럴 듯하며 신빙성이 매우 높은 생각이다. 


영화 <그날, 바다>의 결론은 내려졌다. 하지만 그렇다면 여전히 의문점들이 남는다. 왜 일부러 좌측 앵커를 내렸던 걸까. 왜 위험할 것을 알면서도 섬에 붙어 항해를 한 것일까. 왜 그 사실을 조작하면서까지 세월호의 행적과 속도 모두를 숨기려고 하는 것일까. 왜 바다로 뛰어들라는 그 한 마디면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 것인데 왜 그런 방속은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던 것일까. 왜 해경은 선원들을 먼저 구조를 한 것일까. 왜 대통령은 7시간 혹은 7시간 반 동안의 행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일까. 왜 어째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것일까.




세월호,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는


여전히 세월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여전히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공식 발표는 세월호 선원의 조타 실수와 과적이다. 세월호는 수많은 교통사고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월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좌파’ 혹은’ 빨갱이’라고 말한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은 세월호가 왜 침몰하였는지에 대한 그 원인과 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정치적인 것도 아니며, 악의적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그렇게 바라고 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상식적인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여전히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이 영화를 계기로 한 번 더 세월호가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세월호의 진실 규명을 위해 우리는 아직도 싸워야 한다. 세월호는 더 이상 세월호 유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는 우리 나라의 정체성이 되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만이 안심하고 우리 나라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최근 일본에 수출된 세월호에 관한 노래를 올리며 갈무리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