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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편지지★/가슴에 새겨지다(영화리뷰)

[영화 슬로리딩] 연애소설



연애소설 

2002.09.13. 개봉 106분

장르 : 멜로/로맨스

감독 : 이한

출연 : 차태현, 이은주, 손예진




 <Daum 영화 공식 줄거리> 


바로 이게 사.랑.이.었.어.!

콩닥콩닥... 이 설레임이 느껴지나요?
사랑한다고 말은 못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
차태현의 슬픈 사랑 이야기

그때는 몰랐어. 그게 사랑이었는지...

어느 날부터인가 지환에게 발신인을 알 수 없는 편지가 배달된다. 해맑은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과 몇 자의 글귀들. 비누냄새 가득한 편지에서 지환은 보고 싶은 옛 두 친구를 떠올린다.

사랑한다는 말은 못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지환의 카메라 속으로 불쑥 두 여자가 들어온다. 수인과 경희,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은 단짝친구이다. 수인에게 첫 눈에 반한 지환은 용기 내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보지만 아주 정중히 거절당한다. 하지만 그녀들과의 인연을 놓칠 수 없었던 지환은 친구가 되자고 제안하고, 이를 계기로 세 사람은 아름다운 친구사이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들이라 여기며 함께 어울리던 그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에게 낯선 감정들이 찾아온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서로가 혼란스러워할 때쯤 경희와 수인은 지환에게 불편해졌다는 말만 남긴 채 떠나버린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과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괴로웠던 시간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더라...

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이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지환. 그리고 그에게 배달되는 의문의 편지들. 지환은 발신인 표시가 없는 편지들 속에서 경희와 수인을 느낀다. 그는 슬프지만 소중했던 기억 속의 두 친구들을 떠올리며 오랜 설렘으로 다시 그녀들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수인과 경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름답지만 슬픈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영화 예고편(그때그영화)> 






 <영화 OST> 








 <영화 명대사> 


우리 다시 만나면 그 땐 친구 하는 거야!


*


발 좀 치워주실래요? 제 친구가 불편해 합니다.


*


난 사랑에 빠졌어요. 어떡하죠너무 아파요근데 계속 아프고 싶어요.


*


시간이 흐른다는건 그 애들이 하루에도 100번씩 생각났다가 99번, 98번,
그러다 숫자를 잊어버리게 되다가.
머리 색이 갈색이었는지검은색이었는지잘 생각이 안나서
내가 정말 좋아하기는 했던걸까, 우리가 정말 만나기는 했던걸까,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


밋밋한 시간.
그런 시간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두려워서 놓지 못하는 사랑도 있죠.
갑자기 많아져버리는 시간들.그러나 하릴없이 지나가는 지루한 시간들
그런 시간들이 참 무서운 것 일거에요.


*


하늘에서 태어났어야 하는 당신
부디 하늘에선 편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영원히 지지않는 꽃 당신을 위한 말인 것 같네요.


*


사람들한테 그 아이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졸라 댔어
그렇게 하면 떨어져있어도 옆에 있는 것처럼 느낄 것 같아서.


*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는 세상은 이전과는 다릅니다.
이른 봄에 피어나는 꽃들이 이렇게 키가 작았었나
여름날 밤하늘에 이토록 별이 많았었나
떨어져 뒹구는 나뭇잎들이 이렇게 고운 빛깔이었나
한겨울 가로등 불이 이렇게 따스한 주황빛이었나
익숙했던 모든 풍경들에 새삼 감탄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요.
   
어쩌면 사랑이란 잃었던 시력을 찾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별이 가혹한 이유도 세상이 다시 밋밋했던 옛날로 돌아가기 때문일겁니다.


*


지환아 사랑해 널 전에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해"






SlowReading~







어쩌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나온 고전 한국 멜로물을 보게 되었다. 연애소설은 세번째로 본 영화였다. 사실 차례로 손예진 주연의 영화와 이은주 주연의 영화를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처음 시작은 간질간질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평범한 로맨스였다. 흔히 ‘로맨스코미디’라고 부르는 장르처럼 보였다. 로코의 황제 차태현이 나왔고, 세 주연의 만남은 실제로 통통 튀고 귀여웠다.


차태현(지환)이 첫눈에 반한 손예진(수인)에게 고백하고 차이자 시간을 한 시간 돌리고 싶다고 생각하여 시계를 가져와 바늘을 한 시간 돌린 뒤

명대사인 “다음번에 만나면 그 땐 친구 하는 거야!”라고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 하나로 지환의 캐릭터가 설명된다. 순수하고 조금은 엉뚱한 남자. 그런 그의 마음이 통했는지 셋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지환이 일하는 카페에 자주 놀러오기도 하고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한다. 그들이 함께 보내는 나날을 보면 참으로 예쁘다. 그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익숙해진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물들어 간다. 자연스럽게 사랑이란 감정이 싹튼다.





처음 수인에게 첫사랑을 느꼈던 지환은 천천히 경희에게 사랑을 느끼고 경희 또한 지환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수인을 사랑한다 생각하는 경희는 질투를 하게 되고 결국 그 세 사람은 조금씩 멀어진다.





사실 수인과 경희는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를 만큼 소중한 존재였다. 수인(실제 이름은 경희)는 그만큼 경희(실제 이름은 수인)를 사랑했고

경희도 수인을 사랑했다. 그들이 지환을 좋아하는 만큼.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하지만 사랑하기에 온전히 전하지 못한 마음과 ‘죽음’이라는 벽 때문에 그들은 결국 서로의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




만일 조금 더 솔직했다면 조금 더 용기가 있었다면 그들은 파국을 맞지 않고 예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그 전에 두 사람이 아프지만 않았어도 결국엔 그들의 사랑이 서로에게 닿아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연애소설은 부치지 못한 편지가 배달되면서 시작된다. 전하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말이다. 하지만 결국 늦고 말았다. 그 이야기는 좀 더 빨리 전해졌어야만 했다.


연애소설은 안타깝다. 그럼에도 아름답다. 지금은 잘 느끼지 못하는 그 시절만의 고유한 정서가 그대로 녹아있다. 시같은 대사들과 부드러움. 풋풋함과 그리움이 공존한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멜로물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하지만 무언가 가슴을 두드리는 것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첫사랑의 풋풋함과 그리움, 아련함을 되새기고픈 분들에게 영화 <연애소설>을  추천한다.